강호남 / 도시공학박사

요즘엔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계세요?”

서울에서 활동 중인 도시 계획 회사를 운영하는 선배에게 근황을 물었다.

서울시 사업인데 마장동 시장 재개발 계획안을 준비 중이야.”

그는 타당성 제시를 위해 유럽과 미국 사례를 연구하는 중이었다.

시장을 개발하는 것은 최근 각 도시가 가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2020년대 시장 풍경은 전국이 비슷할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비슷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장 현대화 사업이 진행된 전국의 시장 모습은 주요 통로에 지붕을 씌운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 단양 구경 시장, 강릉 중앙 시장, 구리 전통 시장, 원주 중앙 시장, 서울 망원 시장 그리고 서귀포 올레 시장이 그러하다.

일본 교토의 니시키 시장도 비슷하다. 전형적인 지붕을 씌운 가로 중심 시장이다. 이는 오사카 도톤보리 시장가나 도쿄 우에노 시장가와는 조금 다르다.

가로로 2개의 도로, 세로로 6개의 도로가 군집을 이루어 시장 거리를 형성하는데, 이곳에 가면 텐동 맛집인 마키노도 만날 수 있다. 일본식 작은 밥공기에 넘치도록 큰 튀김을 주는 것이 인상적인 식당이다. 남서쪽에는 야사카 신사에서 시작되는 간선 도로변에 커다란 유리벽의 애플 매장이 있어 전통 도시 속 현대감각을 보여준다.

이런 전형적인 시장 모습과 다른 형태를 지닌 시장이 충남 예산 시장, 부산 국제 시장, 서울 남대문 시장 등이다. 물론 노량진 수산 시장이나 부산 자갈치 시장, 포항 죽도 시장은 계열이 완전히 달라 다른 형태를 가진 시장들이다. 모슬포 마라 수산 시장처럼.

시장을 개발하는 것은 도시 발전에 직결되며, 도시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동력이 되므로 어느 도시나 자기 시장을 개발하려는 노력에 골몰한다.

이때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그것은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이다.

글자 그대로 전술적 도시주의혹은 전술적 도시 계획으로 해석된다. 기본 개념은 비공식 도시 계획, 가볍고 실험적으로 행하는 도시 계획적 조치다. 도시 계획이란 본디 장기적이고 거대한 계획을 수반해야 하므로 일을 실행하는 데 순발력이 떨어진다. 비용도 많이 들고 사회적 합의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번 실행하면 장기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이러한 도시 계획의 속성은, 다른 성공사례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부작용을 낳곤 한다. 대부분 행정가인 도시 계획 책임자에게 창의적인 성공보다 실패의 신중한 회피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2012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시 정부는 지난 60년간 꾸준히 감소해 온 투자로 고심하고 있었다.

그들은 미국 연방 정부에서 제공하는 블룸버그 자선사업에서 후원하는 혁신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선정된 5개 도시 중 하나가 된 멤피스가 선택한 방법론은 택티컬 어바니즘이었다. 시 정부는 시장 활성화가 도시 활력을 살리고 외부 투자 유치 성공의 핵심 과제로 보았다.

시장 혁신 추진팀을 구성,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유도했다. 세 가지 방법을 썼다.

첫째, 멤피스의 첫머리를 딴 멤숍(MEMshop)’. 빈 점포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둘째, ‘멤모바일(MEMmobile)’. 푸드카 등 이동식 소매점을 유치하는 것이다.

셋째, ‘맴픽스(MEMfix)’. 저렴한 가설 자재로 거리를 장식하고 기능을 보완하는 방법이다.

현재 저희가 시도하는 많은 방법은 개념 증명입니다. 저희가 최초로 만나는 단체는 지역 주민들입니다. 그들로부터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혁신 추진팀 토마스 파첼리는 말한다.

우리는 성공한 방법을 다른 거리와 근린시설에 적용하고자 했습니다.” 그들은 보행자도로를 다시 칠하고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으며, 지역 간선도로인 브로드 스트리트를 재단장했다. 2년 후 1200만 달러의 민간투자가 유치됐고 8개 점포가 문을 열었다.

같은 해 노스캐롤라이나 주도 롤리(Raleigh)에서는 민간 도시계획가 맷 토마술로가 택티컬 어바니즘을 시도했다. 도로 표지판에 보행자를 위한 안내판을 덧붙인 것이다. 골판지 위에 짙은 파랑 배경에 아름다운 흰색 글씨로 주요 관광지와 남은 거리, 예상 시간을 기재해 3개 중심 교차로에 27개 표지판을 설치했다.

무허가 표지판은 불법이 아니냐는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의 호응을 얻은 이 시도는 결국 시의회의 승인을 얻었다. ‘워크롤리라는 이 프로젝트는 미국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택티컬 어바니즘은 시민주도형 도시개선 성격을 담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도시와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다. 대세가 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실험적 실행을 시도한다. 이는 시민 개입 정신의 발로이며, 이를 포용하는 공식적 권한의 역량은 결국 도시를 이롭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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