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산 제주 감귤 출하가 진행되고 있다. 하우스 감귤 출하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다소 이르지만 노지 극조생 감귤 수확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9월 감귤 가격은 평년보다 높아 ‘감귤 제값 받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 9대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하우스 온주 감귤의 9월 평균 가격은 올해산 1만6906원, 지난해산 1만4148원, 2023년산 1만6344원으로, 올해산이 가장 높았다.

노지 극조생 감귤도 올해산 1만2470원, 2024년산 1만1336원, 2023년산 1만130원 등 하우스 감귤과 같은 추세다.

감귤 농가와 행정은 극조생 감귤 출하 초기부터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노지 조생을 비롯해 황금향, 레드향, 한라봉, 천혜향 등 만감류 가격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불안감을 키우는 것은 감귤 산업 육성과 감귤 농가 수익 보장을 위한 제도를 목적과 다르게 이용하려는 일부 ‘비양심’ 농가와 유통인 때문이다. 

제주도는 감귤 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지난해 10월 2일부터 상품 기준을 기존 '일정 수준의 당도'와 '착색도 50% 미만이거나 화학약품 등을 이용해 후숙한 감귤' 등에서 '당도'와 '화학약품 등을 이용해 후숙한 감귤'은 유지했지만, ‘착색도 50% 미만‘은 제외하는 등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따라 초록색 감귤도 품종별 상품 기준 당도 이상이면 출하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열매껍질보다 과육이 먼저 성숙하는 ‘과육선숙형’ 신품종 감귤을 고려한 조치다. ‘스위트유라’로 불리는 유라실생(YN-26)은 기존 극조생 ‘일남1호’보다 평균 당도가 높고, 수확 시기가 이른 것이 특징이다. 유라실생은 과육이 열매껍질보다 먼저 성숙해 수확기에도 열매껍질이 완전히 착색되지 않는다.

제주도는 2020년부터 극조생 감귤 출하 전 품질검사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10월 1일 이전에 극조생 감귤을 수확·출하하려는 농가와 유통인은 사전에 행정에 신청해 품질 검사를 받아야 한다. 품질 검사는 휴대용 비파괴 당도 측정기로 품질을 검사해 조례가 규정한 상품 기준 당도 이상이어야 출하할 수 있다.

그러나 휴대용 비파괴 당도 측정기는 당도는 확인할 수 있지만, 감귤 풍미를 결정하는 산 함량은 알 수 없다. 조례도 만감류와 달리 극조생·조생 등 온주밀감의 상품 기준에 산 함량을 규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직 산 함량이 충분히 줄지 않은 감귤도 당도 기준만 충족하면 출하할 수 있다.

상품 기준을 완화한 조례와 품질 검사제가 일부 농가와 유통인에게 당도만 충족한 감귤을 출하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도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산 함량이 높아 감귤 맛이 신 짙푸른 감귤이 유통될 수 있다. 소비자는 달고, 시지 않으며 보기 좋은 감귤을 원한다.

감귤 품종 특성을 반영해 기존 극조생 감귤에 대한 착색도와 산 함량을 규제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제주에서 감귤은 단순한 1차 산업 작물이 아니라, 제주 경제의 한 축을 지탱하는 ‘생명산업’이다. 제주의 생명산업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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