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대표 축제로 평가받는 제31회 서귀포칠십리축제가 말 그대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특히 올해 칠십리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서귀포시가 주최한 국가 문화행사인 ‘2025 문화의 달 행사’와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 문화의 달’ 행사는 ‘다시! 하늘과 바람과 바다’를 주제로, 설문대할망 설화를 재해석한 공연과 국내외 아티스트, 지역 주민이 함께한 무대로 꾸려졌다.

이번 제31회 칠십리축제는 예술단체 중심의 공연형 축제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이 직접 주도하고 참여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서귀포시는 거리퍼레이드와 청소년·가요 프로그램 등 주민이 참여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30년 동안 서귀포시의 상징인 ‘칠십리’를 주제로 이어져 온 이 축제는 그동안 행정시장이 바뀔 때마다 ‘변화’라는 이름 아래 행사 성격이 달라지면서 우려를 낳았다. 오순문 서귀포시장이 시정 운영 방향을 ‘문화와 관광’으로 제시하면서 올해 축제는 기대와 우려 속에서 시작됐다. 시민의 애환과 추억이 깃든 축제가 행정 성과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올해 축제는 정부가 지원하는 대형 문화행사와의 연계를 통해 규모를 확대하고,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열린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거리퍼레이드가 3년 만에 부활해 시민의 호응을 얻었다.

이전에는 읍면동 자생단체 회원 중심의 동원형 퍼레이드였지만, 올해는 개인·가족·동호회·기업·관광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으로 확대됐다. 서귀포 원도심의 중정로와 동문로터리 등을 거쳐 천지연폭포 주행사장까지 17개 읍면동, 시민, 동아리가 함께 행렬을 이뤘다.

무엇보다 올해 축제의 가장 큰 변화는 먹을거리 장터의 개선이었다. 기존에는 지역 부녀회 중심으로 음식 부스가 운영돼 ‘인사치레’ 방문이 많았으나, 올해는 전통 잔치음식을 체험하는 ‘가문잔치’ 구역과 서귀포의 미식 문화를 선보이는 푸드트럭존 ‘고메서귀(Gourmet 서귀)’가 새롭게 운영됐다. 행사장에는 평상 좌석을 마련해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지역 상권이 자율적으로 할인 프로모션과 식권 사용 확대 행사에 동참했다. 모바일 스탬프를 통한 할인 혜택, 이벤트 상가로의 식권 사용 확대 등은 축제 효과를 원도심 상권으로 확산시켰다. 지역경제 순환 구조를 만든 긍정적 변화로 평가할 만하다.

성과 이면에 문제점도 있었다. 축제의 정체성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다. 행정주도의 기획 구조를 어떻게 시민주도형으로 안착시킬 것인가가 향후 과제로 남았다.

서귀포시는 칠십리축제와 문화의 달 행사 평가회를 가질 것이다. 이 평가회는 절차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서귀포의 문화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한 냉철한 성찰의 장이 돼야 한다. 올해 축제를 통해 확인된 가능성은 확장하고, 드러난 문제점은 개선해야 한다. 행정주도가 아닌 시민이 중심이 되는 축제를 통해 ‘문화도시 서귀포’의 방향을 공고히 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