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구성 73편 시 발표
사유와 성찰의 시학 담아내
제주의 향토작가 윤봉택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삼소굴(三笑窟) 일기'를 새로 펴냈다.
지난 2021년 세 번째 시집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발간한 지 3년 만이다.
이 시집은 모두 5부로 구성돼 73편의 시를 담고 있다. 제1부 전생에 16편, 제2부 내생에는 17편, 제3부 비운다는 것은 13편, 제4편 눈설레에 13편, 제5부 아는 이는 14편 등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론가 전해수는 "윤봉택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삼소굴 일기'는 한마디로 말해 '기념비적'인 시집이다. 시인의 개인사로서도, 제주라는 섬의 지역성으로서도 '삼소굿 일기'로 명명된 시편들의 상징적인 의미는 가히 단순하지 않다. 요컨대 삶의 기저에서 뿌리내린 마음의 터(시인은 '굴'이라 지칭하고 있지만 삼소굴은 진정 시인이 기거하고 있는 마음의 터전에 다름 아니다)가 상처 난 뭇 생명들의 면면을 따듯하게 위무하는 '사유와 성찰'의 시집이 바로 '삼소굴 일기'라 할 것이다. 시인은 1970년 해인사로 출가해 1974년 해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1975년 해인사 금강계단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그러나 시인은 1980년 환계(還戒)한 후에 시인의 고향 제주 강정마을에 다시 뿌리내리면서 서귀포시청 전임연구원으로 장기간 근무했고, 2014년 사직 후에는 한라산 자락에 '삼소굴'을 지어, 지금까지 붓다의 가르침을 따라 명상과 간경을 하며 시자(侍者)로 활동 중이다. 이른바 시인이 출가와 환속과 간경 귀의를 거듭한, 1970년으로부터 현재 2025년에 이르기까지 55년의 세월을 휘돌아 온 윤봉택 시인은 '삼소굴'에서 참된 시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이번 시집 '삼소굴 일기'는 윤봉택 시의 백미를 품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고 네 번째 시집 '삼소굴 일기'를 '사유와 성찰의 시학'이라 평했다.
삼소굴(三笑窟)의 어원은 ‘호계삼소(虎溪三笑)’에서 유래한다. 중국 동진 때 장시성 주장시 여산(廬山) 동림사에 혜원법사(334~416)라는 큰 스님이 주석했는데, 30년 동안 산문 밖을 나서지 않았다. 하루는 도반인 도연명과 육수정이 동림사로 와 혜원과 법담을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가게 돼 배웅하게 됐는데, 그 담소가 너무 깊어 혜원법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산문을 지나, 절 앞으로 흐르는 호계라는 시냇가를 넘어섰다. 그러자 여산을 지키는 호랑이가 혜원법사가 산문을 나섰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크게 울부짖었는데, 이에 혜원법사 자신도 산문을 나서게 됨을 알았고, 도연명과 육수정 등 세 사람이 그 자리에서 크게 웃었다고 전해 호계삼소(虎溪三笑)라는 고사가 됐다. 이후 송나라 때 석각(石恪)이 호계삼소도(虎溪三笑圖)를 소제로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이 일화가 크게 유명하게 됐다. 삼소굴의 삼소는 호계삼소에서 빌어온 뜻으로, 삼소굴은 시인이 사유하는 ‘아란야(āranya) : 촌락에서 멀리 떨어진 조용한 숲 속이나 들판 등 수행하기에 적합한 한적한 장소)’이다.
서귀포시 강정동 출신인 윤봉택 시인은 1988년 '문섬 동인' 창립 회원으로, 1991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제주바람' 당선. 1991년 '문예사조' 4월호 신인작품상 시 '바람부는 섬' 외 4편 당선으로 2회 추천이 완료돼 등단했다.
1991년 2월 김광협 시인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 활동을 한 윤 시인은, 1996년 첫 시집 '농부에게도 그리움이 있다', 2000년 두 번째 시집 '이름 없는 풀꽃이 어디 있으랴', 2021년 세 번째 시집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 네 번째 시집을 발간했다.
윤 시인은 1992년 서귀포시청 향토 사료 전임연구원을 시작으로 2014년 사직할 때까지 서귀포시 문화유산 보호 활용을 위해 노력한 결과 2012년에는 제9회 대한민국 문화유산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무병장수의 별 남극노인성' 자료를 발굴해 104년 동안 단절됐던 '남극 노인성제'를 복원 재현하기도 했다. 2007년 전남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한 윤 시인은 ‘제3회 문학 아시아 2024 문학상(카자흐스탄)’을 수상했고 2025년에는 15회 서귀포 문학상을 수상했다.
서귀포문인협회 창립 회원이기도 한 윤 시인은 서귀포문인협회 회장과 서귀포예총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국제펜한국본부 제주지역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한국본부, 문섬·솔동산문학·한민족방언시학·불교문예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