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홍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심리적 어려움 겪는 청·장년층들
따로 또 같이 키우는 청년케어팜
김경아 팀장 "접근 장애 없어야"
서귀포시 서홍동주민센터(동장 오희경)에 따르면 아버지와 단 둘만 살고 있는 40대 A씨는 10여 년 전, 전기 기술자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생계를 책임져 왔다.
하지만 전기 기술 작업 중 안전재해 사고로 인해 몸을 다쳤고 그 당시만 해도 중대재해관련법이 없을 시기여서 업체는 안전관리 책임 등을 외면했다. A씨에 대한 보상도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으로 미미했다.
A씨는 억울한 마음에 소송도 걸어 보았지만 업체를 상대로 한 비용 부담에 고개를 떨구어야 했다.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분노, 억울함이 가득 찬 A씨는 사고 이후 트라우마 증세까지 겪으면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며 직업도 구하지 못 했고 결국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하면서 외부와 단절했다.
타지역 출신인 B씨는 술에 의존한 채 수십 년을 홀로 지냈다. 알코올 중독 상태가 지속되면서 단순 노동일도 끊겼다. 몸은 갈수록 야위어 갔다.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상태가 되면서 자연스레 외부와 멀어져 갔다.
3일 서귀포시 등에 따르면 2024년 보건복지부 통계 기준 제주도 자살율은 인구 10만명당 34.7명으로 부끄럽게도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전국 평균은 28.3명이다.
전년도에는 30.5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5번째로 높았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 중에서도 서귀포시 지역은 제주 평균보다 높은 우울감과 자아존중감 저하 등 정서적 문제가 나타나는 특수성으로 인해 타 지역보다 집중적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귀포시 서홍동 지역에서 민·관이 협력, 1인 청‧중장년층 및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따로 또 같이 키우는 청년케어팜’ 사업이 진행돼 주목된다.
▲사업 종료 후에도 연계 고민
‘따로 또 같이 키우는 청년케어팜’ 사업은 서홍동이 지난 2월부터 오는 12월까지 1인 청‧중장년층 및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 5명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서홍동지역사회봉장협의체와 함께 제주특별자치도공동모금회 희망나눔캠페인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업의 중점 사항은 대상자들이 심리적 안정과 성취감을 바탕으로 대인관계 회복과 일상생활 자립이 가능하도록 도움을 줘 지역 사회와 긍정적인 관계 형성, 정서 안정을 지원한다는 데 있다.
그동안 은둔 청년 지원사업이 있었지만 지원대상자 모집이 어려워 축소되거나 참여율마저 저조했던 게 현실이었다. 일본의 경우를 봐도 은둔형 외톨이(일명 히키코모리)에 대한 지속적 지원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중장년으로 확대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홍동은 ‘따로’ 분야에서 개인적인 접근 전략으로 참가자들이 집에서 손쉽게 관리가 가능한 반려식물 키우기와 개인 심리 상담을 기존 5회에서 10회로 늘려 진행했다.
‘같이’ 분야에서는 복지관 연계한 상담실 및 상담실 앞 카페를 이용한 자연스러운 사회적 접촉 경험 등을 제공하고 참여자들간 우울감과 고립 문제를 나누고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기회도 마련했다.
사업이 완료된 후에도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의 일상 돌봄 심리지원 서비스 사업 바우처와 연계해 후속 관리에도 애쓰고 있다.
김경아 서홍동 맞춤형복지팀장은 “최근 1인가구 증가와 사회구조적 변화로 청‧중장년층의 고립 문제가 심각하다. 많은 지원제도가 나오지만 대면에 취약한 그들의 특징상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문제점을 짚고 “다인을 위한 1회성 행사 위주의 프로그램이 아닌 자기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개인심리지원, 접근성 장애물 없애기 등 집중적 지원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해 지역특화사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서연 주무관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대상자 모집이 되지 않아 어려움도 있었지만 상담활동 등을 통해 용기를 내고 도전하는 이들을 보면서, 그들은 우리가 내미는 손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대상자를 확대하고 지역 지원 체계를 강화, 지역사회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