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은 대한민국 겨울철을 대표하는 과일이다. 시설 재배가 확대하면서 사계절 맛볼 수 있는 과일이 됐다. 그래도 겨울철 아랫목에서 까먹는 감귤의 맛을 따라갈 수는 없다. 사과·배·포도·복숭아·단감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6대 과일’이기도 하다.
감귤은 과일이란 단순한 농산물을 넘어 제주를 상징하는 문화이자 산업이다. 감귤이 익어가는 풍경은 곧 제주다. 감귤의 경관적 가치는 이미 조선시대에도 인정받았다. 제주에서 절경 10곳을 꼽은 ‘영주 10경’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나 현재나 늦가을부터 겨울 초입, 짙푸른 감귤나무에 주황빛 열매가 익어가는 모습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제주 고유의 경관이다. 그러나 감귤의 경관적 가치가 정작 제도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농업·농촌의 공익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공익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공익직불제 가운데 선택형 공익직불제의 하나인 경관보전직불제는 지역 고유의 경관 작물을 재배해 경관을 형성·유지하고, 이를 관광·축제와 연계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제도다. 감귤의 경관적 기능을 인정하기에 가장 적합한 제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법령은 경관 작물을 ‘초화류’로 한정하고 있다. 상록활엽수인 감귤나무는 애초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제주 곳곳의 감귤밭이 만들어내는 시각·문화적 가치는 법령 틀 안에서 공익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구조다.
친환경농가는 기본형 직불금과 선택형 직불금인 친환경농업직접직불금을 모두 신청할 수있다. 친환경농업직접직불금은 친환경 농가의 초기 소득 감소분 및 생산비 차이를 보전해 친환경농업 확산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친환경농업이 공익에 기여하는 기능이 크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친환경농가도 농업인이다. 그래서 기본형 공익직불금 신청 대상이기도 하다.
감귤을 경관보전직불제에 포함시키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먼저 법 개정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국회는 타 지역 과수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행정 절차도 간단치 않다. 경관보전직불제는 마을 단위의 경관보전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지자체와 협약을 맺어야 한다. 일정 규모의 집단화된 농지에 경관 작물이 식재돼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지역 단위의 협력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감귤의 공익적 가치를 제도권 안에 포함시키는 작업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감귤밭은 단지 농가의 소득원에 그치지 않는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여행의 추억을 남기며, 제주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공공재적 경관’이다. 감귤 재배 농민들이 이러한 경관을 만들어내는 주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공적으로 인정하고 보상하는 것은 최소한의 조치다.
제주 감귤의 경관적 기능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 감귤을 경관보전직불제 대상 작물에 포함하는 논의는 제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지역경제와 관광산업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