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오름이야기 143]
한천민 / 한라오름연구소장·동화작가·시인

법정이오름 전경
법정이오름 전경

서귀포시 권역에는 두 곳의 자연휴양림이 있다. 하나는 대포동과 하원동 지경에 위치한 서귀포자연휴양림이요, 다른 하나는 표선면 가시리 지경에 위치한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이다.

두 곳의 자연휴양림 모두 각각 오름을 품고 있는데,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은 이름 그대로 붉은오름을, 서귀포자연휴양림은 법정이오름을 품고 있다.

 

오름의 위치와 유래

서귀포자연휴양림은 대포동과 하원동 지경에 걸쳐 조성되어 있는 바, 휴양림 사무실과 주차장이 들어선 곳은 대포동 지경이며, 법정이오름을 포함한 많은 지역은 하원동 지경이다.

이 오름 남동쪽 능선 해발 680m 지점에 법정사라는 절이 있는 데에 연유해 오름의 이름을 법정악(法井岳)’이라고 한다. 법정사는 1911년 세워진 절로, 31운동 한 해 전인 1918(무오년) 항일운동을 일으킨 절이다. 당시의 법당 등은 항일운동으로 인해 일본 순사들에 의해 불태워지고 지금은 축대 등 흔적이 남아 있다.

현재의 절 건물은 이후 지어진 것들이다. 그러나 법정이오름 남쪽의 쌍계암 시자인 윤봉택은 오름 이름의 유래에 대해 다르게 주장하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바로는 현재의 법정사가 세워지기 전부터 법정(法井)’이라는 샘이 있었고, 샘 근처에 있는 오름이어서 법정이오름이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후에 법정 샘이 있는 곳에 법정사가 건립되었다 하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고 서로 시답잖은 토론을 하기도 하지만, 과연 오름 이름이 먼저인지, 절 이름이 먼저인지는 연구해 볼 만하다.

법정이오름 정상부 전망대
법정이오름 정상부 전망대

 

오름의 지형과 식생

서귀포자연휴양림 탐방로를 따라가면 법정이오름에 오를 수 있다. 또한 한라산둘레길 휴양림길이 끝나고 동백길이 시작되는 법정사 주차장에 이르러 여기서부터 법정이오름으로 향하는 탐방로를 따라서도 오를 수 있다.

법정이오름은 정상부에서 북쪽은 바깥 사면이 매우 완만하거나 편평하고, 서사면은 약간 완만하지만, 동쪽과 남쪽 사면은 매우 가파른 편이다. 이 오름의 동쪽과 서쪽 기슭으로는 도순천이 감싸 흐르고 있다.

오름 사면에는 크고 작은 많은 바위들이 서있어 바위틈에서 자라거나 바위를 감싸고 자라는 나무들과 더불어 자연석부작을 형성해 탐방을 하는 동안 눈을 즐겁게 해 주기도 한다.

오름과 그 주변에는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오름과 오름 주변에서 관찰하고 이름표를 통해 알게 된 수종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휴양림과 오름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은 74217종으로, 석송, 실고사리, 선바위고사리 등의 양치식물, 참억새, 조개풀, 털대사초, 홀아비꽃대, 개족도리, 고란초, 사철란, 수정난풀, 새우란 등의 초본류와 비자나무, 주목, 소나무, 곰솔, 삼나무, 편백, 서어나무, 졸참나무, 층층나무, 때죽나무, 당단풍, 참식나무, 참꽃나무, 쇠물푸레나무, 비목나무 등이 자라고 있으며, 오름 사면과 휴양림 일대 전체에 제주조릿대가 서식하고 있다.

 

서귀포자연휴양림과 법정사

서귀포자연휴양림은 19953월에 개장해 전체 면적이 255ha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남단 자연휴양림이면서 인간의 생체리듬을 가장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는 해발 700m쯤 자리잡고 있다.

휴양림은 해발 620m에서 850m까지 넓게 퍼져있으며, 이중 현재 이용 중인 면적은 해발 760m까지다. 생태관찰로, 건강산책로, 어울림숲길, 법정악전망대 산책로를 개설해 놓았고, 편백숲야영장과 유아숲체험원, 여름철 이용 가능한 물놀이장과 최근에는 휴양림 주차장 남쪽의 갯거리오름을 탐방하는 디오몽무장애나눔숲길을 개설했다.

법정이오름 정상부에서 직선거리로 남동쪽 약 620m 지점에 위치한 법정사(法井寺)는 항일항쟁이 발생했던 유서깊은 절이다.

1918(무오년) 10, 주지스님 김연일(당시 48, 경북 영일군 출신) 등의 주도로 이틀 간 400여 명의 신도와 주민들이 중문경찰관 주재소를 습격해 불태운 법정사 항일항쟁은 제주도 내 최초이자 31운동 이전까지 단일 항쟁으로는 최대 투쟁으로 기록되고 있다.

한편 무오법정사 항일항쟁 성역화사업은 1992년 재판기록 발굴, 1994년 명예회복을 위한 지역주민 청원, 1995년 중문JC에서 광복 5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모 서제와 만세대행진 시작, 1996년 무오법정사 항일항쟁성역화사업추진위원회가 결성되면서 항일운동발상지의 성역화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오름을 오르며

늦가을로 접어드는 11월 첫째 날, 집을 나설 때는 아침 기온이 서늘하긴 했지만 서귀포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서니 벌써 겨울이 시작된 듯 찬 기운이 온몸으로 감겨들었다.

서귀포자연휴양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생태관찰로 데크길을 따라 법정악 탐방로를 향해 걸어갔다. 생태관찰로에는 곳곳에 나무 이름을 새긴 표찰들이 붙어있어서 여러 수종의 나무들을 관찰하며 천천히 걸어갔다.

법정악 전망대 입구에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오름으로 올라가는 탐방로가 시작됐다. 오름 기슭으로 따라 정상부 쪽으로 가는 오름 북서쪽 탐방로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나무들과 함께 우뚝 서있어 자연석부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게단으로 이루어진 테크 길을 올라가서 정상부에 이르렀다. 사실상 법정이오름 정상부에는 산담을 두른 묘가 한 자리 있었다. 묘비는 없어 언제 이곳에 자리한 묘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정상부에서 바로 남쪽 편에 전망대가 만들어져 오름 탐방객이 시원한 풍광을 볼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었다. 전망대에서는 북쪽으로 한라산이 올려다 보였고 동쪽으로는 시오름과 어점이가 울창한 수림 너머로 바라보였으며, 남동쪽에서부터 북서쪽으로 계속 눈을 돌리자 바닷가 마을과 풍경들이 내려다보였다.

지귀도, 섶섭, 문섬, 범섬과 더불어 제지기오름, 학수바위, 고근산, 강정항, 중문관광단지 컨벤션센터, 배릿내오름, 군뫼, 산방산, 모슬봉, 절울이, 가파도, 마라도까지도 훤히 내려다 보였다. 서쪽으로는 가까이 있는 거린사슴과 갯거리오름, 민머르가 바라보였다.

전망대 가운데에는 네 그루의 아그배나무가 서있었는데 가지마다 불그스름한 열매가 가득 달려 있었다. 그 옆에는 팥배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때죽나무도 몇 개 남지않는 열매를 대롱거리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법정이오름을 오르며, 휴양림 내 생태탐방로를 걸으며 가을꽃과 열매들. 그리고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나뭇잎들을 많이 만났다. 꽃향유, 투구꽃, 누리장나무 열매, 천남성 열매, 작은 호자덩굴 빨간 열매까지, 지금도 가슴 속에 남아 가을 향기를 풍기고 있다.

▶ 오름 위치 : 서귀포시 하원동 지경
▶ 굼부리 형태 : 원추형
▶ 해발높이 : 760.1m, 자체높이 90m
▶ 면적 : 9만7901㎡, 둘레 : 113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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