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광역자치단체장 주민소환으로 전국적 관심을 모았던 김태환 제주도지사에 대한 소환투표가 결국 부결로 귀착됐다. 제주지역 선거사상 역대 최저인 11%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유효 투표율(33.4%)에 크게 미달된 때문이다.
이로써 김태환 지사는 주민소환 발의직후 직무정지 상태에서 21일 만에 도지사 직에 복귀하게 됐다. 또한 김 지사는 제주 해군기지와 영리병원 등 도민사회에 민감한 정책 추진 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이들 도정의 주요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민과의 소통 없이 독선행정을 펼쳤다는 게 주민소환 주요 사유인 까닭에서다.
그러나 이번 소환투표 부결을 계기로 도민사회가 그간의 갈등을 접고 화합과 단결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도민은 별로 많지 않은 듯싶다. 무엇보다 주민소환 투표기간 내내 공무원의 도를 넘는 선거개입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어수선한 투표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민소환 청구인측은 투표기간 중 확보한 사례 등을 근거로 투표결과에 관계없이 광범위하고 전방적인 관권개입 선거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관권개입 사례 일부에 대해서는 제주도선관위측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만큼 금명간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다. 선거가 끝난 시점에서 불공정을 이유로 투표결과에 불응하거나, 무작정 도민화합을 내세워 진위여부를 덮어두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어쨌거나 이번 소환투표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승자 패자 가릴 것 없이 도민 모두가 패배자로 내몰리듯 도민들에 깊은 생채기만 안겨줬다. 특히 소환대상자가 선거운동 초반부터 정정당당한 정책 토론 보다는 투표불참을 호소하는 편법으로 일관한 탓에 유례없는 ‘파행 선거’로 치닫게 됐다.
그동안 역대 선거에서 전국 최고 수준의 투표율을 보일 정도로 정치의식이 높았던 제주도민들에게 이번 투표에서의 11% 투표율은 오랜 기간 ‘치욕’으로 남게 될듯 싶다. 가뜩이나 이명박 정부의 소통부재로 인해 실망감이 팽배한 제주도민에게 이번 선거가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지 자못 우려스럽다.
이 모든 십자가를 짊어지고 도민갈등과 열린 소통에 주력해야 할 책임은 소환대상자였던 김 지사의 앞으로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