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새로운 등산코스가 곧 신설될 예정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귀포시 유일의 한라산 등산로인 돈내코 탐방로가 이르면 내달 말 재개방된다는 소식이다. 지난 1994년에 식생보호 등을 위해 자연휴식년제에 돌입한 이래 15년만의 재개방이란 점에서 시민들의 심정은 더욱 각별할 터이다.

사실 돈내코 코스가 재개방되기까지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동안 문화재청이 식생 미복원 등을 이유로 재개방을 불허했듯이 환경보전이 최대의 논란거리였다. 돈내코 일대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고산 식생과 천연기념물 한란 자생지 등이 자리 잡고 있어 환경파괴가 우려되기 때문. 도내 환경단체에서 지금까지 코스 재개방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이유다.

그럼에도 서귀포 시민들이 돈내코 코스 개방에 목소리를 높인 것은 지역경제 침체가 장기화된데 따른 것. 주산업인 감귤산업이 쇠퇴하는 데다, 체류관광객과 지역주민의 급격한 감소로 기댈 언덕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감귤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일대 개편하고 싶지만, 마땅한 대체작물은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돈내코 코스 재개방이 환경보전보다 경제논리를 우선시 한다는 점에서 다소 논란은 있을 듯싶다. 하지만 한라산의 기존 4군데 등산로가 모두 제주시에 편중된 상태에서 서귀포의 유일한 등산로가 15년 동안 휴식을 강요당한다는 것은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 가뜩이나 지역불균형이 심화된 상태이기에 더욱 그렇다.

새삼스레 과거의 논란을 끄집어낸 것은 무의미하나, 이제 돈내코 코스 재개방을 앞둔 시점에서 시민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환경파괴 논란을 불식하고 탐방로 분산유치와 지역경제 창출이라는 과제를 실천에 옮겨야 할 책무가 시민들 앞에 가로놓여 있다. 

최근 돈내코가 위치한 영천동 주민들은 돈내코 코스 개방에 앞둬 관광자원 발굴육성을 위해 ‘영천구경 함께 걷기’란 트레킹 행사를 개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역주민들 스스로 변화와 발전을 주도하려는 시도란 점에서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아무튼 서귀포시는 시민들 힘으로 일궈 낸 돈내코 코스 재개방을 계기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등산로 재개방을 외쳤던 뜨거운 열정으로 돈내코가 제주를 대표하는 한라산 탐방로로 우뚝 솟도록 시민들의 결집된 역량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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