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의 인기가 전국적으로 선풍을 일으키면서 제주관광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한국 10대 히트상품 목록에도 버젓이 명함을 내밀었고, 제주공항 연간 수송객이 김포공항을 처음 제칠 정도로 상승곡선은 멈추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제주올레 탐방객 수가 2년여에 걸쳐 가파른 상승추세를 보이면서 올레길 훼손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는 점. 실제 본사 취재진이 찾은 제주올레 10코스 대정읍 송악산의 모습은 한 눈에 보기에도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송악산 정상에 이르는 길은 송이로 마치 파편에 맞은듯 붉은 맨 땅을 속속들이 드러내고 있다. 산허리를 덮는 작은 풀들은 발길에 짓밟혀 성장을 멈추었고, 이렇다 할 보호책도 없어 이 순간에도 발길 닿는 곳마다 송이가 밑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자연훼손이 스멀스멀 확산되면서 세계적으로 희귀한 이중 분화구의 원형마저 잃어버리지 않을까 주민들이 걱정할 정도다. 지난해 제주올레 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송악산의 싱그럽고 수려한 광경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제주올레 1코스 성산읍 시흥리 두산봉(말미오름) 역시 탐방객들의 발길에 신음하고 있다. 정상에서 500m 내려간 지점까지 잔디가 훼손된 탓에, 주민들이 산책로 주변에 타이어매트를 설치해 달라는 건의도 제기됐다.  

 환경 전문가들이 자연훼손 주범으로 탐방객들의 발길에 의한 '답압'(踏壓)을 으뜸으로 내세우는 대목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올레코스 훼손을 방치하면 50년이 지나도 복구가 불가능할 것이란 경고도 들려온다. 

 지난해 25만명에 이어 올해는 40만명 정도가 무더기로 제주올레 탐방에 나선다는 전망이 그리 반갑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에설까. 한꺼번에 황금알을 손에 넣기 위해 거위의 배를 자르는 우를 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름에 이어 제주올레도 자연보전을 위해 일부 구간에 휴식년제가 도입된다면 제주올레의 지속적 인기에 파장이 미칠지도 자못 우려된다. 

 제주올레가 세계적 트레킹 명소로 부각하려면 길 만들기에 못지않게 사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누차 본란에서 강조한바 있다. 뒤늦게 제주올레 길을 업그레이드하고 유지·.관리에 조언역할을 할 민간전문가 자문단이 구성된다 하니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이번 자문단 구성 등을 계기로 제주올레가 전국적으로 지속가능한 걷기문화를 선도해 나갈수 있기를 거듭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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