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정방동 이중섭 거리 일대를 진정한 문화예술 거리로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중섭 거리 일대는 이미 1997년에 문화의 거리로 지정됐지만, 시내 외곽에 위치한 데다 마땅한 볼거리, 즐길거리도 없어 빈껍데기에 불과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이중섭 미술관과 창작스튜디오, 도예공방 등이 건립됐지만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았다. 

 그런 이중섭 문화예술의 거리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잔잔히 일고 있다. 지난해 7월에 착수한 보행자 우선거리 시범조성이 마무리되면서 보행자들이 걷고 싶은 쾌적한 거리로 탈바꿈하게 된 것. 거리바닥에는 현무암이 깔리고 인도에는 자연석 볼라드와 화단이 갖춰졌다. 야간 조명시설이 확대되고 야외 갤러리도 새롭게 단장됐다. 

 이를 계기로 서귀포시는 이달부터 주말에 한해 이중섭 문화예술의 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본격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상권 침체를 우려하는 일부 상인들의 반대가 여전하지만, 관광객 유치와 문화예술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 창출을 내세워 가속도를 붙여가고 있다.

 지난 10일 토요일 저녁 이중섭 문화예술의 거리에서는 뜻 깊은 문화행사가 열려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생진 시인과 함께하는 시와 음악회'라는 타이틀로 시낭송회와 작은 연주회가 길거리에 처음 열렸다. 심금을 울리는 시낭송과 감미로운 통기타 멜로디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췄다. 올레길 탐방에 나선 관광객들도 흥겨운 박수와 율동으로 화답하며 새로운 거리공연 풍속도를 연출했다. 

 '차 없는 거리'에 대한 논란은 일단 접어두고, 이번 문화행사의 흥행은 이중섭 문화예술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굳이 비싼 출연료를 지불하며 유명 문화예술인을 초청하지 않더라도, 기획과 구성에 더욱 신경 쓴다면 소박하고 아담한 문화행사라도 무한한 감동을 던져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내달부터 이중섭 거리에서는 주말 저녁에 거리공연이 본격적으로 개최된다.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들이 공연에 대거 참여하며 종전과는 다른 공연행태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중섭 거리가 진정한 문화예술의 거리도 도약할 수 있도록 알맹이 넘친 거리공연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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