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군기지 기공식에 버금가는 형식의 안전기원제 행사가 도민사회의 논란 속에 무기 연기되는 식으로 꼬리를 내렸다. 천안함 침몰사고로 전 국민에 추도 분위기가 확산되고 지방선거를 1개월 여 앞둬 선거정국에 휩싸인 시점에서 적절치 않다는 탓으로 해석된다.

 안전기원제가 실제 해군기지 기공식을 겨냥한 것인지, 행사 주관이 단순히 민간 시공업체인지 배후에 해군본부가 있는지 여부도 분명치 않다. 하지만 해군기지 건설문제로 도민사회가 3년 넘게 갈등이 지속되고 있기에 편법적인 착공식은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더구나 강정 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행정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문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주요 현안으로 부각되면서 도내 야당 도지사 후보들은 대체로 해군기지 문제는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 후보들은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제주도정 역시 안전기원제 행사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주목할 것은 최근의 어수선한 정국 여건에서 해군이 제주해군기지 강행 수순을 꾸준히 밟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해군이 해군기지 예정부지에 강제 수용을 위한 재결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정마을 토지주대책위원회가 긴급 회견을 개최한 바 있다. 해군기지를 둘러싼 각종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정신적․ 물질적 손실 등 토지주의 입장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 처사라는 게 토지주들의 주장이다.

 사실 해군기지 건설은 제주의 백년대계에 영향을 미칠 중대 사업임에도 도민들간 충분한 노력 없이 국책사업을 앞세운 해군측의 일방적 사업추진이 지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제주도정은 도민의 갈등해소와 행정절차 처리과정에서 해군측에 끌려 다니며 미온적 태도에 머물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시행 초기부터 절차상에 많은 문제를 드러내며 도민사회 분열만 키워갔다. 만일 제주 해군기지가 끝까지 도민 공감대 없이 섣불리 추진된다면 최근의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서 제주도의 입지가 곤경에 처할 지도 모른다.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모든 행정절차는 선거 열기가 걷힌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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