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하논 분화구 생태복원사업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하논은 동아시아 식생과 기후변화를 짐작하는 생태 박물관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인정되고 있음에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생태복원이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불과 7년 전, 서귀포시가 마스터플랜을 갖고 의욕적으로 사업추진에 나섰지만 중앙부처와의 소통 부재 등으로 인해 아쉽게 무산됐던 전례도 있다. 하논 생태복원사업이 더 이상 좌절을 겪지 않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하고 철저하게 추진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논 분화구가 지닌 생태자원과 학술가치 등에 대해서는 새삼 이 자리에서 설명할 필요가 없는 듯 하다. 다만, 서귀포시가 간직한 잠재적 생태자원이 세계의 보배로 발돋움하도록 구슬을 옥으로 다듬어내는 방안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서귀포시가 2012년에 ‘환경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 제주 개최를 앞두고 하논 생태복원 프로젝트를 적극 재추진하려는 시도에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하논 생태복원이 또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 최대의 마르형 분화구 일대가 인근 주민들에 의해 급속도로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분화구 일대를 삶의 터전으로 경작해 오던 터라, 논과 밭에 농약을 살포하거나 도로를 개설함으로써 지금은 원형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사유지 매입에 따른 국고지원 불가로 생태복원 사업이 중단된 이후에는 주민들의 생계활동에 따른 환경훼손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외 사례를 들춰보더라도, 지역에 소재한 생태․ 관광자원이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는 국가 프로젝트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 간 공감대 형성이 최대의 선결과제다. 일본의 변방에 자리 잡은 시라카와고․ 고카야마 합장가옥 마을이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에 15년 앞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도 지역주민들 스스로 전통보전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온 덕분이다. 

 최근 예래동 주민들이 서귀포시장의 연두방문 시 세계자연보전총회 기간에 지역의 명물인 반딧불이를 소재로 한 이벤트 개최방안을 건의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하논 분화구를 거느린 서홍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도 생태복원 필요성에 충분한 공감을 갖고 올해부터 친환경 습지보전과 청소년 대상 논농사 체험학습 등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오래 동안 방치돼 온 하논 분화구를 세계의 보배로 가꿔 내도록 민관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노력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