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후 서귀포시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변호사 출신의 고창후 시장은 관료들이 독점해 온 시장에 비관료 출신으로는 처음 취임한 점에서 줄곧 화제가 되고 있다. 4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시장을 맡게 된 점도 또 다른 관심사였다. ‘젊음과 패기로 공직사회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 ‘행정경험이 없어 업무수행에 문제가 많을 것’이란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취임 100일을 맞은 시점에서 고 시장의 그간의 성과를 논하기에는 다소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고 시장 스스로도 시장의 임기가 2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어서, 업무수행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토론하는 입장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전임 시장이 수립한 사업계획과 예산배정이 하반기에도 지속되는 시점에서 신임 시장의 역할에 한계가 있는 것도 말할 나위가 없다.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내건 고 시장이 취임 이후 초래한 가장 큰 성과로 해군기지 문제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해군과 행정의 일방적 독주로 인해 주민 갈등이 심화된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중립적 입장에서 적극 대화에 나선 결과, 마침내 해결의 실마리가 엿보이고 있다. 행정을 불신하던 강정 주민들이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은 이후 입지선정 절차가 다시 진행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불과 100일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고 시장은 또한 창조행정을 강조하며 서귀포시 비전 21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고 서귀포의 숨은 자원을 발굴하기 위해 서귀포시의 힘 100선 공모를 추진하는 성과도 거두고 있다. 인구 감소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명품 교육도시 육성과 단과대학 유치, 서귀포의료원 신축, 행정의 비효율성 개선 등에도 분주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고 시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 온 젊음과 패기로 서귀포시와 공직사회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겠다는 외침은 아직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느낌이다. 행정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1800명의 대식구를 거느린 공직사회를 업무로서 제대로 장악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우려의 시각이 많다.  

취임 100일을 맞은 시점에서 고 시장은 시민들이 공감하는 성과를 내기에 조급해 하는 경향이 있어 다소 안타깝게 비쳐진다. 여타 지방에서는 40대의 비관료 출신이 도지사를 맡고 있지만 제주에서는 고 시장이 처음 시장을 맡게 된 점도 적잖은 부담으로 여기는 듯싶다.

고 시장은 공직보다는 시민들의 기대가 더욱 크다는 점을 감안해 ‘낮은 자세로 시민들을 섬기며, 시장실 문턱을 낮추겠다’는 초심을 계속 잃지 말 것을 각별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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