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귀포시에 모처럼 축구 열기가 서서히 달궈지고 있다. 서귀포시를 연고로 한 제주 유나이티드팀이 K리그에서 만년 하위를 벗어나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팀은 전체 축구팀 중 가장 적은 관중을 거느리는 열악한 여건 속에도 당당히 선두권을 지키고 있어 시민들의 자긍심을 한껏 드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태극 낭자들이 지난 8월 U-20 여자 월드컵에서 역대 최고의 3위에 오른데 이어 지난 9월에는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점은 특기할만하다. 이들 태극 낭자들이 10년 전부터 서귀포시의 동쪽 끝 성산읍에서 전지훈련과 실전경험을 꾸준히 쌓아 온 까닭에서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온 국민에 낭보를 전한 태극 낭자들의 영광에는 성산읍 지역주민들의 열정적이고 세심한 배려가 한몫 거들었다는 사실은 시민들을 뿌듯하게 만든다.

그런데 최근 서귀포시가 내년도 전지훈련 관련예산을 대폭 줄인다는 방침이어서 모처럼 불고 있는 축구 열풍에 자칫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적이 우려된다. 물론 민선 5기 들어 재정여건이 열악하다는 사실이 누차 강조된 터라 전반적인 재정난은 미뤄 짐작된다. 하지만 전지훈련 예산삭감 방침은 분명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전지훈련을 통한 스포츠산업이야말로 쇠퇴 일로의 감귤산업을 대체하며 지역경제를 간신히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귀포시가 10여년 전 동계 전지훈련단 유치를 겨냥해 전지훈련 인프라 구축에 나선 이후 지금은 전국 지자체가 선수단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남과 전남 등 남해안 일대의 일부 지자체에서는 번듯한 훈련시설 조성과 함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선수단 유치에 혈안을 올리고 있다. 서귀포시가 그동안 따뜻한 날씨와 인적 네트워크 등을 무기로 삼아 나름대로 전지훈련 메카의 명성을 지켜왔으나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태다.

제주도와 서귀포시는 말로만 전지훈련 유치를 외칠 게 아니라, 스포츠산업이 서귀포 지역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파급효과 등을 충분히 감안해 내년도 예산편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립한 각종 공공시설들이 수년 째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꾸준히 예산을 지원하는 여건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최근 시민들에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는 축구열기가 하루아침에 시들지 않도록 전지훈련 예산삭감 방침은 조속히 거둬들이길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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