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귀포시 중산간 일대에 대기업에 의한 리조트 개발이 이뤄지면서 생태계 파괴와 난개발에 따른 환경오염 논란 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색달동 산록도로변에 조성 예정인 제주롯데리조트 개발사업과 서홍동 제2관광단지 인근에 들어서려는 관광휴양리조트 개발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개발사업은 모두 소중한 생태자원과 수려한 경관을 지닌 탁 트인 중산간 일대를 대상으로 대기업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중산간 일대를 낀 평화로나 서귀포 산록도로 일대에는 봉긋한 오름을 배경으로 소와 말들이 마을공동목장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는 정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일부 관광객들은 이들 중산간 일대 도로 자체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라며 격찬하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국적 불명의 골프장과 골프텔, 리조트 시설 들이 하나 둘 씩 들어서고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로 ‘격상’되면서 옛 정취는 갈수록 자취를 감추고 있다.

중산간 개발과 환경보전 문제는 이미 제주지역에서 수십년 넘도록 해묵은 논쟁을 벌여온 사안이라, 새삼 재론할 의향은 추호도 없다. 다만, 2012년에 제주도에서 ‘환경올림픽’이라 일컫는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리고 민선 5기 도정 출범이후 ‘선보전 후개발’ 정책공약이 제시되면서 변화 조짐이 꿈틀대고 있다. 종전에는 ‘중산간 환경보전도 중요하지만, 먹고 사는 게 우선’이라는 개발논리가 득세했으나 사회경제적 여건이 바뀌면서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기름 부은 역할을 맡은 것이 최근 전국에 걷기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제주올레다. 일체의 시멘트나 콘크리트 공사 없이, 제주의 자연 그대로의 환경만 갖고서도 관광객이 몰려들고 지역주민들에게 소득을 안겨 준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올레가 없었다면, 제주의 곶자왈이나 중산간, 해안변 등 수려한 환경․ 경관자원이 수년 내에 개발 바람에 휘말려 원형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

최근 서귀포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중산간 개발바람은 과거 수십년 지속 돼 제주개발의 전철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형태다. 지하수 오염이나 경관 파괴, 주민 소외문제 등에 대한 별다른 대책도 없이 수려한 중산간을 또 다시 공사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뾰족한 생계대책도 없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도 대기업들에 헐값에 내주게 될 판이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그간의 개발위주 정책에 대한 공과를 면밀히 살펴본 뒤 공유재산 매각이나 환경영형평가 심의과정에서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다. 세계 7대 자연경관 도약을 꿈꾸는 제주도와 도민들에게 역사적으로 한 점 부끄럼 없도록 현명한 결단을 내릴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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