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최남단 가파도와 마라도를 하나로 묶어 관광어촌으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 본격적으로 발을 떼고 있다. 서귀포시가 제안한 가파· 마라도 어촌관광 벨트화사업이 정부에 의해 최종 채택되면서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서귀포시청에서 지역주민 등이 참가한 가운데 기본계획 설명회가 열려, 개발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설명회에서 각계각층이 다양한 의견이 제시했듯이 가파· 마라도는 국토 최남단이라는 보물섬 가치에 걸맞게 신중한 개발방안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가파도는 그동안 개발의 바람에서 비껴난 청정 해역이라는 장점을 부각하고, 마라도는 상업주의에 오염된 듯한 이미지 개선이라는 과제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행정이 제시한 가파· 마라도 권역 개발은 종래의 개발방안을 답습한 성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더 많은 손질이 요구되고 있다. 물놀이 체험장, 농·특산물 및 기념품 직판장, 보리와인 제조 및 판매소 조성, 조형물을 활용한 포토라인 조성 사업 등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국비가 대거 투입되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시설물 설치 위주의 하드웨어적 사업추진은 청정 보물섬의 이미지를 깎아내릴 뿐이다.

지역주민들이 체류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요구하는 게스트하우스와 물놀이 체험장 시설 역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지역주민의 소득창출을 기대하는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되나, 국내외 어디에도 눈에 띄는 시설물 설치 위주의 관광패턴은 생명력이 짧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10여년 전 마라도 주민들이 주민통행 편의를 위해 시멘트 포장길을 만들려다, 자연경관 훼손을 우려하는 도내 환경단체가 반대하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최근 가파도에서도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청보리밭 올레길을 시멘트 도로로 만드는 바람에, 청정 자연을 기대했던 올레 관광객들을 실망시켰다. 바야흐로 가파· 마라도는 지역주민의 삶의 터전 성격을 벗어나,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주시하는 대표적 도서의 하나로 부각된 까닭에서다.

일본의 이와테현에 있는 산골마을 구즈마키 촌은 최근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활용한 에너지 자립마을로 도약하며, 매년 50만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제주올레의 열풍에서 보듯 최근의 관광패턴은 체험형 관광 못지않게 청정 자연에서의 휴식을 선호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가파도는 가파도 답게, 마라도는 마라도 답게 청정 자연이 지켜져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지역주민의 소득창출은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다. 가파·마라도의 관광패턴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