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가 추진하는 생산적인 토론회의가 잔잔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서귀포시가 지난 2월부터 도입한 생산적인 토론회의는 간부공무원들의 행정기관 중심의 업무보고를 최소화하고 있다. 대신 도내․ 외 우수 사례발표와 외부강사 특강 위주로 종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 행정기관에서 진행하는 회의는 행정 중심의 보고와 상급자의 일방적 지시 위주로 다소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편이다. 각 부서에서 현안업무에 대해 일일이 나열한 뒤 상급자가 지시사항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형식으로 이뤄져왔다. 회의 참석자들은 시정의 주요 현안에 대한 해법 마련이나 창의적인 시책 발굴 노력 없이 상급자의 지시사항을 부지런히 받아쓰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서귀포시가 그동안 실시한 현안업무 토론회의 주제는 시내버스 노선의 효율적 운영방안과 제주올레의 지역소득 연계방안, 이벤트가 있는 야간해수욕장 운영방안 등. 우수사례 발표로 바닷물을 이용한 제설작업, 자매결연 체결을 앞둔 전남 장흥군 우수사례, 로컬푸드 운동으로 서귀포시 변화와 도전 등이 선보였다. 하나같이 시민 중심의 보고와 시민의 불편사항 발굴을 통한 해결방안 모색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초에는 매월 1회 토론회의가 열렸으나, 공무원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이달부터는 매주 1회로 확대 실시되고 있다. 매월 첫째․ 셋째 주는 현안업무에 대해, 둘째․ 넷째 주는 우수사례 발표에 대한 토론으로 진행되고 있다. 토론회의 참가 공무원들은 현안주제나 우수사례 발표에 대해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매번 회의 때마다 활발한 토론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물론 단 한 차례의 제한된 토론에서 뚜렷한 결론이 나올 수는 없겠다. 하지만 지역의 고급두뇌인 간부 및 유관부서 공무원들끼리 머리를 맞대 타당성과 파급효과, 추진가능 여부 등을 점검하는 자체에서 섣부른 대안이나 해법이 점차 세련되게 다듬어지며 종합검토를 거쳐 시책에의 반영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공무원들은 여타 부서의 업무에 대해서도 깊이 인식하고 정보 공유의 계기도 만들면서 모처럼 열린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 민간 출신 40대의 젊은 행정시장 취임 이후 도입된 생산적인 토론회의가 벌써부터 서귀포시 행정풍토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조만간 도청에서도 이 같은 회의방식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를 계기로 시민의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 위주의 시책 도입에서 벗어나 시민과 행정이 공감하는 시책 발굴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행정 분야에서 시작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앞으로 여타 분야에까지 더욱 확산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