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입개방과 인구 고령화 등으로 농어촌이 위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마을 만들기’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에서도 농업, 생태, 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 마을 만들기 운동이 실험적으로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 수준이다. 최근 일본 큐슈의 유후인이나 경남 남해의 다랭이마을 등 국내외 우수 사례가 매스컴에 자주 소개되고, 정부의 지원규모도 확대되면서 마을 만들기에 대한 지역주민의 관심과 참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서 최근 서귀포시가 마을 만들기에 대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기 위해 자립마을 만들기 희망프로젝트 방문순회교육을 실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민자치위원, 이장단, 자생단체장 등 마을 리더들을 대상으로 읍면동을 순회하며 전문가 강의와 토론이 2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각 지역 마을 리더들이 국내의 우수 선도 사례들을 접하며 마을 만들기에 대한 기본지식을 어렴풋이나마 체득하는 기회가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순회교육에서도 제시됐듯이, 마을 만들기의 성공 요체는 무엇보다 지역주민들 스스로 주도적으로 참가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추진력과 통솔력을 갖춘 마을리더를 중심으로 행정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마을의 총체적 역량을 강화하는 마을만이 외부 도움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립 기반을 갖추고 있다.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려면 마을 사정에 가장 밝은 마을공동체 지역주민들이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신념으로 굳게 뭉치는 일이 매우 중요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순회교육의 주제로 자주 제시된 전북 진안군의 수범사례는 교육 참가자들에게 남다른 인상을 심어줬다. 농산물 개방과 비좁은 농지, 산골 오지마을, 수몰 댐 건설 등 마을공동체 붕괴를 위협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청정 자연환경과 지역 특산물을 소재로 으뜸마을로 다가가려는 주민들의 노력에 눈물겨울 정도다. 서귀포시에 비해 인구나 마을규모, 마을자원 등이 턱없이 부족한 여건에서 주민들이 한마음 한 뜻이 돼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귀포시는 이번 순회교육을 계기로 지역주민들의 마을 만들기에 대한 관심을 높이도록 다양한 교육기회 제공에 나섰으면 한다. 각 마을에 산재한 우수한 문화 생태 환경 관광자원들을 그대로 묵힐 게 아니라, 구슬로 엮어주도록 중재역할에 나서야 할 것이다. 비록 외견상 행정체제는 행정시로 전락했지만, 지역주민 스스로 마을 만들기 역량을 갖춤으로써 실질적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도록 적극적인 배려가 요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