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파도와 마라도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가파도와 마라도는 국토최남단에 속한 섬 속의 섬으로서 수려한 경관 등 동질적 요소가 많음에도 그동안 크게 엇갈린 행보를 보여 왔다. 가파도에는 사람이 그리울 정도로 적막한 풍경을 자아내하며 고령화와 이도 현상이 심각한 반면, 마라도에는 매년 50만명을 넘는 관광객들로 섬 전체가 미어터지며 인기 관광지로 성큼 올라섰다.

하지만 최근에 언론에 내비치는 가파도와 마라도의 모습은 거의 정반대에 가깝다. 가파도에는 내년도 세계자연보전총회(WCC) 개최를 계기로 탄소 배출 없는 세계적인 녹색섬으로 가꿔나갈 예정이다. 반면 마라도에는 관광 무질서 근절 차원에서 골프카트 운행이 전면 통제되고 불법 노점상에 대한 강제 철거도 이뤄졌다. 바로 지척을 마주 한 두 섬의 상반된  운명이 매우 얄궂다.

개발과 보전문제가 동전의 양면과 같은 현실에서 작금의 가파도와 마라도 모습은 여러 면에서 시사점을 던져준다. 관광객 급증으로 인해 상업주의가 확산된 마라도에는 골프카트 와 노점상 영업 등으로 환경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관광객 안전문제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관광객 유치에 따른 이해관계를 둘러싼 주민 갈등은 끊이지 않으면서, 마을 이장이 상당기간 공석 상태에 빠지며 극심한 행정공백을 겪은 바 있다.

섬 전체가 적막강산과 같던 가파도 주민들은 최근까지 관광객들이 넘쳐나며 떠들썩한 장면을 연출해 온 마라도의 모습에 대해 무척 부러워했다. 하지만 최근 가파도에 학계와 민간기업, 관광객 등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가파도에도 새로운 변화 바람이 스며들고 있다. 관광개발로 인한 환경훼손 없이 1980년대의 농어촌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가파도를 지속가능한 개발모델로 가꿔나가려는 작업이 서서히 닻을 올리고 있다.   

가파도와 마라도의 어제와 오늘을 바라보면, 얼핏 토끼와 거북이 경주 이야기가 떠올린다. 동일한 출발 선상에서 마라도는 급속도로 상업주의에 치우친 나머지 만만치 않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천혜의 풍광과 문화관광 자원을 지켜 온 가파도는 세계적인 녹색섬을 향해 느릿느릿 다가서고 있다.  

기후변화와 석유자원 고갈로 인해 저탄소 녹색성장이 전 세계의 화두가 된 시점에서 가파도와 마라도의 엇갈린 사례는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비록 마라도가 한 때의 물질적 유혹에 눈이 팔려 원래 모습이 상당 부분 훼손됐으나, 지금이라도 주민들끼리 의지를 모은다면 보물섬 면모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행정당국도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단호한 대응도 필요하지만, 주민들 스스로 자정의지를 갖출 수 있도록 여건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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