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탐방은 이제 제주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관광코스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제주와 타 지역을 잇는 비행기와 선박마다 트레킹 복장의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서귀포시 도심상권에도 올레 관광객들 발길이 쇄도하고 있다. 제주의 푸근한 자연과 길을 벗삼아 느릿느릿 걸으면서 도심의 일상에 찌든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 하고 있다.
제주올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올레길 주변 환경정비도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올레가 제주관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올레길 쓰레기 방치나 노점상 영업행위 등이 발생치 않도록 각별한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심신의 건강과 치유 등을 위해 올레길에 나선 관광객들에게 자칫 불결한 주변환경 탓에 관광의욕을 떨어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제주지역 해안절경지와 올레길 주변에 방치된 노후 해안초소 정비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제주경찰청이 정비대상 10개소의 노후 해안초소를 파악하고 정비계획도 수립했으나, 자체 예산이 없어 수년 째 손을 놓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레길 주변환경과 어울리게 제주자연석 등을 소재로 한 친환경 정비계획이 책상 서랍 위에서 오래도록 낮잠을 자고 있다.
문제는 제주경찰청은 그렇다 치고, 제주도와 서귀포시 등 행정기관마저 올레길 해안초소 정비에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는 9월 제주에서 대규모 국제환경행사인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개최될 예정이지만, 올레길 정비 관련예산은 거의 배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올레길을 제외한 도내 전역에서 생태탐방 체험로 정비 등을 위해 거액의 예산이 배정된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WCC 행사 개최 100여일을 앞두고 최근 제주도와 서귀포시 등은 수차례 준비회의를 열어 행사준비에 나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행사 참가자들이 사전에 지정된 공식코스 외에 재래시장 방문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통역요원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준비회의에서 제시된바 있다. 제주의 대표적 생태관광 코스인 제주올레길 환경정비에 별다른 예산배정 없이 비공식 코스까지 챙기려는 자세에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제주도가 세계 환경수도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는 이번 WCC에서 올레길의 노후 해안초소나 양식장 건축물 등 흉물에 대한 정비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자체 예산이 없는 경찰 관련부서에 정비 사업을 전적으로 떠넘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남은 WCC 대회준비 기간 동안 전 세계인들의 방문이 예상되는 올레길 주변환경 정비에 다각도로 대책이 수립돼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