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의 대표적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도로인 중정로 문제가 27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지난 해 4월 착공한 중정로 보행환경 개선사업이 최근 완료되면서 시민들에게 밝고 쾌적한 가로환경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이중섭거리를 시작으로 명동로에 이어 중정로가 보행자 중심의 걷고 싶은 거리로 가꿔지면서 시내 도심환경이 새로운 면모를 갖추게 됐다.
무엇보다 27년 간 논란과 갈등만 키워오던 중정로 문제가 매듭을 짓게 된 것은 특기할 만하다. 소요재원에 대한 조달방안 없이 1987년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된 이후 도로확장 여부를 놓고 시민들 간 소모적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름뿐인 도시계획선이 오랜 기간 지워지지 않는 동안, 상가건물의 증‧개축이 이뤄지지 않아 상권은 갈수록 쇠퇴해 갔다.
비록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고자 오랜 시일을 거쳐야 했지만, 중정로 문제의 해결과정에서 보여 준 성숙한 시민의식은 돋보였다. 시민들 간에 도로확장 여부를 놓고 찬반이 팽팽히 맞섰지만, 이 문제를 계속 방치한다면 상권 몰락은 시간문제라는 위기감은 똑 같았다. 이 과정에서 건축주와 상인 등 이해 관계자와 각계 전문가, 행정 등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수차례 의견교환을 통해 객관적 방식에 의한 해법 찾기에 골몰했다. 그 결과 전권을 일임 받은 전문가 집단이 제시한 해결방안에 찬반 이해관계자 등이 깨끗이 승복함으로써 마침내 해결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다소 면밀한 분석 없이 추진돼 온 중정로 문제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느낌이 있으나, 해결과정은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제3자 단체가 구성되고, 충분한 소통을 거쳐 누구나 수긍하는 해법이 도출된 점은 여타 민원 발생 시에도 교훈이 될듯하다. 27년 민원을 처리해 낸 성숙한 시민의식이 중정로를 명품거리로 만들어 내는데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