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성산읍 섭지코지 일대에서 수직형 용암동굴이 발견돼 시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섭지코지 콘도 건설공사 현장에서 공사인부에 의해 발견된 이번 동굴에 대해 최근 전문가들의 현장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라 동굴의 규모와 생성연대, 학술적 보존가치 여부 등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용암동굴의 구체적 성격 여부를 떠나, 이번에 용암동굴이 발견된 곳이 섭지코지 콘도공사 일대란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곳은 당초 국내 대기업이 제주도로부터 성산포해양관지 개발에 따른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아 각종 행-재정편의를 받은 뒤 중국계 자본에 매각한 곳이기 때문이다.

최근 도내 사회단체들이 대기업에서 행정편의를 토대로 부동산 투기에 나서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제주도가 뒤늦게 투자진흥지구 제도 개선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을 정도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곳이다.

이번 용암동굴 발견과정에서는 동굴의 훼손여부가 또 다른 논란 요인이 되고 있다. 동굴이 발견된 내부에는 모래가 가득 메워져, 인위적 훼손의 흔적이 엿보이고 있다. 앞서 2004년에 처음 지표조사가 진행된 당시, 동굴의 존재 여부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졌는지 여부도 의문이다.

제주의 동쪽 끝에 위치한 섭지코지 일대는 예로부터 빼어난 해안풍광을 자랑하면서 세계자연유산 성산일출봉에 버금가는 명성을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 자본에 의해 대규모 숙박단지 시설이 속속 들어서면서 예전의 자취는 사라지고, 국적 없는 관광휴양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세

계자연유산 3관왕 달성으로 제주도가 새로운 생태관광 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는 시점에서 섭지코지 난개발과 용암동굴 발견은 제주도 관광정책에 시사하는 바 크다. 용암동굴의 정확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환경보전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는 계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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