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에 시달린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추석명절이 성큼 다가왔다. 모든 곡식이 여물고 보름달이 가장 환히 비추는 추석 한가위를 앞둬 시민들은 저마다 각별한 감회를 품게 된다. 힘든 세상사에 추석의 의미를 되새길 여유가 없는 분들도 더러 있을 터지만, 휘영청 보름달처럼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모처럼 풍요와 넉넉함을 즐기는 추석명절이 되길 기대한다.

 추석을 앞둔 요즘, 서귀포 사회에서는 어수선한 일들이 끊이지 않아 착잡한 분위기다. 서귀포시 의료원장 연임문제를 둘러싼 시민사회단체와 행정 간 대립은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이 자리에서 논할 바는 아니지만,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 근로자들의 임금체불은 일단 해소하는 게 사회적 도리인 듯싶다.

 시내 중심상권을 터전으로 오랜 기간 생계를 꾸려온 영세 상인들도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건물주의 일방적인 재계약 해지 통보방침으로 뾰족한 대책 없이 생계걱정으로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지역경제가 모처럼 호황을 누리면 생겨난 반사작용으로 보이지만, 선량한 영세상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각계의 중재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어 수산물 가격 폭락으로 어민들과 지역상권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일본 원자력 방사능 문제가 제주 수산물에는 별다른 연관이 없지만, 수산물 구입기피 현상은 확산되고 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이례적인 가격폭락으로 시름이 깊은 어민들을 위해 제주산 수산물을 추석선물로 보내는 캠페인이 전개돼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를 9개월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기선제압을 위한 물밑 활동이 예상되고 있다. 집행부와 도의회는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 여부를 놓고 도민들의 여론은 아랑곳없이 책임전가에만 급급해 하는 양상이다. 정치· 경제적으로 꼬여 있는 시국에 어김없이 추석은 다가오고 있다. 갈등과 대립은 잠시 접어두고, 우리 주변에 진정 어려운 이웃이 있는지 되돌아보는 기회를 모두가 가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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