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서귀포시장의 선거법 위반여부로 제주사회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한동주 전 시장이 최근 재경 고등학교 동문 모임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우근민 제주도지사 지지 유도 발언을 하며 논란을 일으켜 전격적으로 직위해제를 당했다. 야당 등 정치권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이 제기되면서 서귀포시청 사무실이 검찰에 의해 압수수색 당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한 시장의 직위해제는 ‘꼬리 자르기’일 뿐, ‘몸통’에 해당되는 우근민 도지사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구체적인 배경이야 사법당국의 조사에 의해 판명될 터이지만, 드러난 정황만을 놓고 볼 때 이번 사태에는 제주지역의 고질화된 정치 부조리가 한꺼번에 망라돼 있다. 공직사회에는 줄서기 풍토, 도민 사회에는 혈연· 지연 등 이른바 ‘괸당 문화’가 워낙 뿌리 깊게 박혀 있음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제왕적 도지사 밑에서 임기 보장이 없는 행정시장은 오로지 도지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단 방법을 총동원할 수 없는 정치현실도 생생히 드러내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서귀포시에는 민선 5기 들어 4년 동안에 무려 4명의 행정시장을 맞게 됐다. 업무가 파악될 무렵이면 이런 저런 이유로 행정시장이 바뀌면서 서귀포시 행정에는 심각한 공백이 도사리고 있다. 시정의 주요 시책에 연속성이 끊어지면서 공직사회 경쟁력은 날로 뒤처져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지사의 입맛에 맞는 행정만 펼쳐지면서, 시민을 위한 행정은 기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최근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서귀포경찰서장도 단기간에 수차례 교체된 바 있다. 서귀포 서장의 잦은 교체는 주민 반대에 가로막힌 해군기지 공사에 가속도를 높이려는 ‘외풍’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다. 타 지역 출신 서장이 부임한 이후 반대 주민들의 연행은 줄을 이었고, 지금까지 마을공동체 와해에 따른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서귀포시장 또한 넓은 의미에서 보면, 시민의 뜻이 아닌 절대권력자 도지사라는 ‘외풍’에 의해 수시로 뒤바뀌고 있다. 오랜 기간 정치적 소외와 허탈감이 만연된 서귀포시 사회에도 이제는 시민들과 가까이 하며, 시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시장과 서장이 배출돼야 한다. 전직 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태가 서귀포 사회에 새로운 변혁을 초래하는 계기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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