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직 도지사의 읍면동 연두방문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사회단체와 도지사 선거 예비후보들이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된다면서 즉각 관권선거 개입을 중단하고 있다. 이런 지적에도 도지사는 생활민원 해소를 위한 생활도지사를 자처하며 읍면동 연두방문 발길을 멈추지 않고 있다. 다만, 선거법을 의식한 탓인지 도청 간부들의 민선도정 성과 홍보는 점차 수면 아래로 가라않고 있는 느낌이다.

 말썽의 소지가 많은 도지사의 연두방문과 더불어 서귀포시장의 연두방문도 동시에 진행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시 지역에서 열린 일부 주민 간담회는 비공개 형식으로 치러져 많은 오해가 뒤따랐지만, 서귀포시는 그런 성격과 다소 동떨어진 듯하다. 도지사와 시장의 동시 방문으로 일선 읍면동은 간담회 준비에 정신이 없겠지만, 일부 주민들은 모처럼 마련된 행정과의 소통기회에 반가워하는 분위기다. 다만 평소에 읍면동을 찾지 않던 최고위 공직자들이 선거를 앞둔 시점에 한꺼번에 찾는 바람에 다소 씁쓸한 심정도 품고 있을 터이다.

 연두방문 성격에 대한 논란은 일단 접어두고, 최근 서귀포시에 열린 간담회를 지켜보면 주민들의 행정에 대한 시각은 별로 따뜻하지 않은 것 같다. 일부 주민들은 민선도정의 시책이나 성과홍보에 관심을 두면서도, 그간의 행정 불신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도지사의 면전에서, 공무원들이 주민들은 안중에 없이 도지사를 위해서만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주민 대표가 시장 연두방문에서 수차례 제시한 건의가 책상서랍에서 맴돌다, 도지사의 지시 한 마디에 성사됐다는 발언도 서슴없이 제시됐다.

 연두방문 참가대상이 주민 전체를 대표하기에 한계가 있겠지만, 주민들의 행정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골이 깊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제주도정에서 행정시 기능강화를 위한 후속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공무원들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주민들의 불만과 소외감은 쉬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시민들의 행정에 바라는 것은 거창한 사업계획이 아닌,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불편 해소라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행정에서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여 도지사와 시장보다는 주민들 편에서서 소신껏 일을 할 수 있도록 단단히 신발끈을 조여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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