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송산동 자구리 해안가에 17년 넘게 흉물로 방치된 폐건물이 마침내 철거에 들어간다. 자구리 해안가는 수려한 해안풍광과 더불어 서귀포 시민들의 추억이 깃든 물놀이 장소로 사랑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노천탕이 조성되고 문화예술 프로젝트 프로그램이 추진되면서 문화예술이 깃든 해안관광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송산동 주민자치위원회 주관으로 시민들과 함께 하는 자구리 문화예술 축제도 성황리에 열렸다.

 이런 자구리 해안에 17년 넘도록 폐건물이 흉물처럼 들어선 것은 시민과 관광객들에 그야말로 ‘옥에 티’였다. 행정과 사업자 간에 장기간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폐건물은 청소년 우범장소로 전락하고 말았다. 문화예술 프로젝트에 동참한 전국의 문화예술인들도 폐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려 시도했지만, 준공이 안 된 건물인 탓에 그동안 애쓴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루한 소송과정이 끝난 직후 뒤늦게나마 행정에서 폐건물을 사들인 것은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게다가 시민들의 의견을 토대로 폐건물을 철거함으로써 수려한 해안풍경을 시민과 관광객들의 품으로 되돌린 것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최근 서귀포시의 해안 곳곳에 펜션 등 숙박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해안 조망을 차단하는 사례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최근 일부 대기업은 풍광 좋은 해안가에 숙박시설을 장기 방치함으로써 시민들의 지탄이 빗발치고 있는 상태다. 
 
 따지고 보면, 이중섭 거리가 최근 서귀포시의 대표적 문화예술로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것도 이중섭 거주지가 원형대로 보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귀포시가 이중섭 거주지를 사들이고 인근에 이중섭 미술관을 건립했기에 시간이 흘러도 관광객들이 이중섭의 체취를 다소나마 음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만일 자구리 해안가 폐건물이 민간 사업자에 의해 다른 용도로 계속 활용된다면 공공자산인 해안경관이 일부 업자에 의해 독점되는 비극이 발생할 뻔 했다. 

 폐건물이 철거된 자리에 제주의 자연석으로 만든 돌탑이 쌓아진다고 하나, 수려한 해안가에 가급적 인공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폐건물 철거를 계기로 인근 자구리 하수펌프장 건물에 대해서도 새로운 활용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다만 폐건물 철거에 앞장서며 시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행정당국이 최근 세계적 문화예술 건축물로 평가받던 중문관광단지 내 ‘카사 델 아구아’ 건물을 무단 철거한 사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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