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도민의 대의기관인지, 도민의 뜻은 안중에도 없는, 권력 앞에 거수기 기관일 뿐인 것인지 이제 곧 판명 나게 될 전망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와 관련해 제주도의회 의장이 권력  앞에 납작 엎드린 행태가 드러났다는 점이다.

 제주도의회의 제362회 임시회 회기 중 더불어민주당 이상봉 의원이 43명 도의원 전체 서명으로 대표 발의한 ‘제주해군기지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 촉구안’은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19일에 열린 2차 본회의에 이 결의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아서 도민들을 의아하게 했다. 드러난 바로는 청와대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의 방문 후 김태석 의장이 독단적으로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슬그머니 내려놓고 말았다는 것이다.

 현재 회기에 들어간 제363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도 결의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도의원 전원의 서명 결의, 관련 상임위 만장일치 통과 의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는 도의회 의장의 행위는 도민사회의 이름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의장으로서 권위 실추일 뿐만 아니라 도의원 전체의 결의조차 무시하는 ‘불통’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는 강정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를 넘어 도민의 뜻에 반하는 도전에 다름 아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는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 움직임에 대해 이미 “이는 11년 전 소수 주민들을 회유해 강행했던 해군기지 유치 과정과 똑같은 상황으로 강정주민들의 마음에 두 번 대못을 박고 있는 것”으로 규정한 바 있다. 그리고 지역 갈등을 풀어야 하는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강정마을을 방문해 지역 갈등을 더 부추겨 놓은 채 돌아갔다.

 이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과연 국제관함식의 제주 개최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 추진은 촛불혁명을 향해 탱크와 장갑차로 깔아뭉개려했던 국방부와 군 조직에 의한 ‘불통’과 ‘독단’에 의한 것임이 확연하기 때문이다. “국제관함식을 제주해군기지에서 개최하게 된다면, 대통령이 강정마을을 찾아 주민의 갈등과 고통에 대해 유감 및 위로의 말을 전하고, 공동체회복사업의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표명토록 하겠다”는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의 약속은 우매한 백성을 호도하려는 사탕발림으로 치부된다. 대통령은 국제관함식 계기로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강정마을을 특별 방문하는 용기를 내어야 옳은 일이다.

 자유한국당 김황국 도의원이 바른말을 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이미 마을총회를 통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힌 만큼 정부는 이를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며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 철회를 촉구했다. “11대 의원 43명 모두가 참여한 관함식 반대 결의안이 ‘기약 없는 메아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을 의장은 새겨들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봉 도의원 역시 “정부에게 관함식 강행은 강정공동체 회복의 길이 아니라 또 다른 파국을 야기시키는 길이라는 점을 결의안 채택을 통해서라도 인식시켜야 한다”는 촉구 역시 타당한 주장이다. 이 의원의 말마따나 결의안 채택을 통해서라도 (정부로하여금 제대로) 인식시켜야 한다”는 점을 숙고해 ‘행동하는 양심’으로서 의장 직분 수행을 기대한다.

 김태석 의장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제주를 방문했을 때 확인한 팩트가 ‘다시 논의하겠다’는 것이어서 상정을 보류했다, 자신의 신념이다, 운운했으나 이 시점에선 본인의 신념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결의안 채택이 먼저임이 그 누가 보더라도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도의회 의장은 도민의 뜻을 헤아려 살피는 막중한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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