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에 주민투표, 449명 투표한 가운데 385명 찬성

강정마을 주민투표가 끝나고 투표함이 개봉되는 현장(사진은 <제주의소리>제공)

국제관함식 개최 동의여부를 묻는 강정마을 주민투표에서 주민 압도적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 올해 3월 30일에 열린 총회에는 관함식 반대를 의결한 지 4개월 만에 주민들 입장이 정반대로 돌아섰다. 주민들이 사실상 해군기지를 인정하는 것으로, 정부‧국방부 등과 새롭게 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해군기지와 관련해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지난 26일 저녁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 1층 의례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대통령의 유감표명과 공동체회복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국제관함식 동의 여부 주민투표의 건’을 의결했다.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투쟁위를 이끌었던 양홍찬 전 위원장과 윤호경 전 사무국장 등을 비롯해 주민 221명의 제안으로 소집된 임시총회였다. 양 위원장 등은 지난 3월 30일에 해군 국제관함식에 반대 입장을 정한 마을총회의 결정은 타당하지만, 최근 청와대가 나서서 국제관함식을 제안한 것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므로 새롭게 주민들의 의견을 확인하자는 제안이었다.

주민들은 임시총회에서 주민투표로 주민들의 뜻을 확인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28일 오전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강정커뮤니티센터에서 강정마을 주민투표를 열었다. 투표는 ‘대통령의 유감표명과 공동체회복사업의 원할한 추진을 위한 국제관함식 동의여부’를 묻는 것으로, 주민들은 동의(찬성)와 부동의(반대)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최종 집계결과, 449명이 주민투표에 참가했다. 그 가운데 동의(찬성) 385표, 부동의(반대) 62표가 나왔고 무효도 2표가 있었다.

강정마을 향약에서 주민의 자격을 ‘강정 자연마을 내에 전입해 실제 거주한 기간이 5년을 경과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전체 유권자 수는 약 1200여명인데 그 중 40% 가까운 주민들이 투표에 참여해 의사를 표출한 것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지난 2007년 8월20일에 주민투표를 열고 해군기지 유치 반대를 의결한 적이 있다. 당시 투표에 참여한 주민이 725명이었는데, 그 후 11년 만에 가장 많은 인원이 주민투표에 참여했다.

주민투표에서 관함식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표출된 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 우선, 해군기지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그룹들이 임시총회에 주민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관함식을 관철시키기에 힘썼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양홍찬 전 위원장과 윤호경 전 사무국장 등 초창기 해군기지 반대 투쟁에 앞장섰던 인사들이 국제관함식을 형사피해 주민들이 사면‧복권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해 힘을 보탰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의 조건 없는 사과를 요구했던 해군기지반대주민회측이 총회 및 투표참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이는 주민 86.1%가 국제관함식에 찬성의사를 보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투표는 모처럼 강정마을 주민 다수가 모여 뜨거운 이슈를 논의하고 주민투표로 의견을 모아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지난 11년 동안 강정마을 해군기지 투쟁을 이끌었던 강동균, 조경철 전 마을회장과 고권일 위원장 등이 포함된 해군기지만대주민회측의 입지가 위축되는 상황이다.

과거에 해군기지 찬성과 반대로 분열과 갈등을 빚었던 주민들이다. 그런데 자칫 다시 국제관함식, 더 나아가 해군과 관계 맺는 방식을 놓고 새롭게 갈등 분위기가 조성될 우려가 생기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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