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회, 26일 저녁 임시총회 열고 ‘국제관함식 동의 주민투표의 건’ 처리

회의장 입구에 부착된 공고문

강동균 전 강정마을 회장과 양홍찬 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 김태환 도정과 노무현 정부가 지난 2007년,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예정지로 결정한 이후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이끌었던 동지이자 막역지우였다. 그런데 막역지우의 입장이 국제관함식을 놓고 마을총회에서 극명하게 대립했다. 결국 주민들은 국제관함식 동의 여부에 대해 주민투표를 다시 실시하자는 양홍찬 전 위원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강정마을회는 26일 오후 7시 30분,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 1층 의례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대통령의 유감표명과 공동체회복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국제관함식 동의 여부 주민투표의 건’을 의결했다.

주민 172명이 참가했다는 성원보고로 강희봉 마을회장이 개회를 선언했다. 총회 안건은 70명이 넘으면 상정·의결할 수 있었는데, 개회가 선언된 이후에도 주민들이 추가로 회의장에 입장했다. 이날 참석한 주민은 최종 215명으로 집계됐다.

회의 안건은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투쟁위를 이끌었던 양홍찬 전 위원장과 윤호경 전 사무국장 등을 비롯해 주민 221명이 제안한 ‘대통령의 유감표명과 공동체회복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국제관함식 동의 여부 주민투표의 건’이었다.

강정마을회는 해군이 타진한 국제관함식 개최에 대해 지난 3월 30일에 임시총회를 열고 반대 의결을 했다. 그런데 최근 청와대가 대통령의 주민들에 대한 사면복권과 공동체회복사업 지원 등을 전제로 마을에 재차 총회를 열어 의견을 모아줄 것을 요구한 것. 양홍찬 전 위원장 등은 국제관함식의 국면이 달라졌기 때문에 재차 주민들 의견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주민투표를  제안했다.

강희봉 마을회장은 개회사에서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가 마을에 들어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후손들에게 좋은 마을을 물려줄 책임은 주민 모두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관함식이 마을에서 열리는 것이 가슴 아프고, 행사기간 동안 불편함도 있겠지만 이번 기회로 마을이 원하는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소통하면서 상생할 수 있도록 첫 걸음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임시총회를 제안한 양홍찬 전 해군기지반대대책위 위원장이 의안을 설명하고 있다.

안건이 상정되자, 주민투표를 제안한 221명을 대표해 양홍찬 전 위원장이 의안 설명을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양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30일 마을 임시총회에서 관함식에 대한 반대 의결이 있었다. 해군이 우리 마을의 가장 큰 현안(사면복권과 진상규명, 공동체 회복 등)에 대한 해결의지가 너무 미약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마을회는 지난 7월 13일에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과 두 차례에 걸친 대화를 통해 많은 진전을 이뤘다”며 “국제관함식에 대통령이 참석한 후 마을을 찾아 유감표명과 주민 명예회복, 사법 처리자 사면, 공동체 회복사업 추진 등에 대해 언급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양 전 위원장은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은 높은 자리에 있으나 서슴없이 낮은 자리로 내려와 아픈 국민들을 어루만져 주시는 분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지난 3월 30일에 우리 스스로 했던 결정을 재고하고 더 많은 주민들에게 의견을 묻고자 한다”고 총회 제안의 이유를 밝혔다.

양 전 위원장은 “안건이 동의가 되면 향약상 주민을 대상으로 2018년 7월 28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실시하고 투표관리는 마을회와 자생단체가 주관해 주시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강동균 전 마을회장은 “지난 3월 30일에 마을총회에서 관함식 반대를 결정했는데, 그날 총회에 하자가 있었나”고 따져 물은 후 “총회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같은 사안에 대해 다시 주민발의로 총회를 요구하면 이를 받아들여야 하냐”고 총회 소집의 부당함을 역설했다.

강동군 전 마을회장은 주민투표로 결정난 사안에 대해 재차 의견을 묻는 게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마을의 의사를 주민들이 결정해야 하는데 청와대 비서관들이 서너 차례 마을을 방문해 마을총회 개최를 종용했다”고 언급한 뒤 “대통령이 마을에 취할 조치들을 문서로 남겨달라는 요청을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거부했다. 대통령이 100% 마을에 온다는 게 아니다. 11년 전에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청와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홍동표 전 대천동주민자치위원장은 “강정 주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해군은 관함식을 개최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우리가 찬성 반대 의견을 결정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국제 관함식 때문에 다시 한 번 주민들끼리 분열과 갈등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주민 강희웅씨는 “지난 2007년에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마을총회가 잘못됐듯이 관함식 개최 여부를 묻는 지난 3월 30일 총회도 문제가 있다”며 “총회에서 의견을 관철시킨 사람들은 이겼다고 당당하지만 이런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주민들께 상세히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2007년 4월 26일에는 강정마을 주민 87명이 임시총회에 모여 해군기지 유치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리고 올해 3월 30일에 열린 총회에는 주민 86명이 참석해 47명의 반대로 국제 관함식 반대를 의결했다.

회의에 참석한 주민들

강희웅씨는 주민 1800명이 사는 마을에서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는데 100명도 안되는 주민들이 모여 의사결정을 하는 것과, 안건을 사전에 주민들에게 상세하게 알리지 않은 점 등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주민 문용식씨는 “11년 넘게 반대 운동을 하신 분들 정말 고생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자리는 주민들 모두가 잘 살기 위해 모였다. 다만, 무조건적인 반대나 찬성은 옳지 못하다. 내 생각이 아무리 옳아도 남의 얘기도 인정하고 듣는 게 화합 아니겠나”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결국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 주민 투표를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양홍찬 전 위원장의 제안대로 오는 28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강정마을 주민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결국 국제관함식 찬성과 반대 여부는 오는 28일, 강정마을 주민투표로 결정된다.

국방부는 1998년 첫 국제관함식 개최 이후 매 10년마다 열고 있다. 국방부는 2008년 관함식을 부산에서 열었고 올해는 제주에서 열기로 잠정 결정해놓고  강정마울 주민 의사를 타진하는 중이다. 통상 관함식에는 30여개 나라에서 각국 해군 대표단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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