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수당은 국가나 지자체가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해 보상하는 제도로 농지면적이나 소득에 관계없이 일정액을 농민에게 지급하는 제도이다. 농민수당이 최근 주목을 받으며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농민수당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후보들이 당선된 후, 공약을 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수당의 원조는 강진군의 ‘논밭경영안정자금’ 제도이다. 강진군은 지난 2017년 농업인 소득 안정화를 명분으로 ‘강진군 농업인 경영안정자금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강진군은 조례를 근거로 농지 1000㎡ 이상 실경작하며 농외소득 3700만 원 미만 7282농가에 강진사랑상품권으로 70만 원을 지급한다.

강진군에 이어 해남군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해남군은 올해부터 경작 면적에는 제한을 두지 않고 1년 이상 해남군 내에 주소를 두고 농업 경영체를 등록한 농가에 월 5만 원의 농민수당을 지급한다. 역시 전액 지역 상품권으로 지급해 지역경기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인근 함평군과 광양시 등도 유사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농민수당 제도는 전라남도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강원도, 전라북도, 충청남도 등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 다만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우는 농민수당이 도지사 공약사항이어서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정책을 손질하고 있다. 충청남도는 지난 2017년부터 농업환경실천사업이라는 명분으로 농가당 연 36만 원을 지원하는데 부여군의 경우는 여기에 농민수당 5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농민수당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들이 제주도의회에 진출하면서 제주자치도에도 농민수당 도입 가능성은 열렸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가 지난 4월 15일 농민단체들과 제주 농민수당 도입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며 공론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토론회 이후에 예산 부족을 이유로 관료들이 난색을 표하고 의원들도 조례 제정에 소극적이어서 논의는 멈춘 상황이다.

농민수당은 단순히 농민의 지갑에 돈을 채우는 제도가 아니다. 농업의 사회적 가치를 보상하고 소멸될 지도 모르는 농촌을 유지시켜 국민의 먹거리를 보장하는 제도이다. 그리고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지역 골목상권도 살릴 수 있어 여러 방면에 유익하다.

대규모 토목사업에 수백억 원을 망설임 없이 지출하면서도 농민과 농촌을 살리는 더 근본적인 정책은 외면하는 관료와 의원들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제주의 농민들은 척박한 척박한 자연환경과 신자유주의 물결, 부동산 개발광풍 등의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힘겹게 농토와 농촌 경관을 지켜내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 섬을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가꾸는 이들이다. 환경을 파괴하는데 돈을 낭비하지 말고 제주의 농민들에도 수당을 지급하라.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