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협동조합은 구매사업을 통해 현금이 부족한 조합원이 싼값을 내고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편의를 도모한다. 그리고 신용사업을 통해 농민 조합원에게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농가가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를 개척해 농민 소득을 높이는데 일조한다.

우리나라 농협협동조합은 지난 1961년, 이런 사명을 띠고 탄생했다. 지난 60년 동안 증산 농정의 조력자로서, 농촌의 고래 사채를 몰아낸 금융의 개척자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럼에도 농협은 지난 60년 동안 변화를 요구받았고, 그에 따라 조직을 통합하기도, 조직의 규모를 줄이기도 했다. 정권이 바뀌면 개혁의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이는 농협을 바라보는 사회적 기대가 높지만, 기대를 충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에는 970여 개의 지역농협과 45개 품목농협이 있는데, 각 농협이 그간 이룬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농협은 혁신을 통해 위기를 뚫고 꾸준히 성장했고, 어떤 농협은 부실 운영으로 사회적 질타를 받았다. 농협별로 처한 여건이 다르므로 원인을 간단하게 진단하기는 어려운데, 성공적인 농협에는 대부분 훌륭한 리더가 있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성재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11년, 연구보고서 「성공적인 협동조합 리더쉽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박 연구위원은 전국에서 농협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11명의 조합장의 리더쉽을 조사했는데, 조합장의 성공 요인으로 ▲신뢰 획득 ▲창의성 ▲장기적 일관성 ▲소통 ▲직원에 대한 믿음 등 5가지를 들었다.

신뢰 획득을 위해서는 존경받을 만한 언행, 정직한 태도 등이 필요하고, 정확한 업무파악과 추진력은 조합원과 직원의 신뢰를 얻는 데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창의성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강한 추진력으로 조합을 위기에서 구해낼 때 특별히 필요한 덕목이라고 했다. 그리고 조합원과 꾸준히 소통하려는 자세를 유지해야만 조합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직원과의 신뢰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했다. 조합장이 되면 직원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들지만, 이런 유혹을 물리치고 직원을 상하구분 없이 인격적으로 대하고, 직원에게 업무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해 직원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감귤농협 노동자들이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12월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사용자 측은 수확기에 파업에 나서는 노동조합을 비난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다. 이를 빌미로 외부 노무법인과 공모해 노조에 가할 치명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감귤농협 리더들이 앞서 소개한 덕목을 거울삼아 자신을 들여다보면 좋겠다. 리더로서 일관성을 유지했는지, 조합원·직원과 인내심을 갖고 소통했는지, 직원을 신뢰했는지 말이다. 그들도 모두 한때는 조합의 보통 직원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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